공정사회와 변호사업무 (2022년5월17일 전자신문 기고문)
김 명 신 대한변리사회 고문
“나는 노예의 꿈이자 희망이다.” 미국 연방헌법 채택으로부터 233년의 벽을 허물고 미국 최초의 흑인여성 연방대법관이 된 케탄지 브라운 잭슨(Ketanji Brown Jacson)이 감격에 젖어 눈물을 닦아내며 인용한 미국 흑인여성 시인 마야 안젤루(Maya Angelou)의 시구(詩句)다.
변호사는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사회지도자 계층으로서, 변호사법 제1조에서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며, 변호사는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하는 것’이 변호사의 사명이라고 선언한 지 무려 115년여 동안 변호사들이 우리 사회를 위해 기여한 공로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를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당초 변호사가 처리하던 업무들은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여 더욱 전문적으로 다양하게 분화, 발전되면서 이러한 업무를 대리하는 전문 자격사제도도 괄목할만하게 발전해 왔다. 전문자격사들의 수가 해마다 많이 증가하였는데, 예를 들면 세무사, 법무사, 변리사, 공인중개사, 공인노무사 등의 제도들이다. 지난해 말 현재, 각 자격사의 개업자 수는, 세무사가 14,057명, 법무사는 7,128명, 변리사는 4,235명, 공인중개사가 118,049명이며, 공인노무사는 3,108명인 반면 지난해 말 개업변호사 수는 26,408명이다. 오늘날 각 전문자격사들은 국민들의 수요에 부응하여 날로 그 전문성을 발전시켜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변호사는 상기한 자격사들의 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하거나, 자동으로 자격을 취득하지 않더라도 변호사자격만으로 상기 자격사들의 업무를 합법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법무법인이 변리사법에 명시된 변리사의 고유 업무인 상표출원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까지 있을 정도다. 과연 무엇이 ‘사회정의’이고, 누가 ‘공정사회의 전문직업인’인가?
필자는 1969년에 변리사 시험에 합격하여 상공부 특허국에서 1년간 실무 수습을 받은 후, 실무전형시험을 보게 되었는데, 당시의 시험문제는 주전자에서 물이 나오는 구멍 부분을 특허청구범위로 기 한 명세서를 작성하라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유체역학을 공부하지 않은 법학전공의 필자로서는 제대로 기술명세서를 쓸 수 없었고, 시험 동기인 다른 법학 전공자와 함께 불합격하여 2명 합격자 모두 1년을 재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같이 필자는 과도기 때 변리사자격을 취득하였으나, 공학지식이 없어 지금까지 절름발이 변리사로 일하여 오면서 그 애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변호사 수가 엄청나게 증가하여 변호사사무소를 개업하여도 예전처럼 사무소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고 단지 변호사의 권익 때문에, 변호사에게 변리사법에 따라 변리사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한 것을 빌미로, 본인도 전혀 모르는 기술 분야의 특허출원 업무마저 수행하고 있어 이는 사건의뢰인의 권익은 물론이고, 사회정의와 공정사회 구현에 역행되어, 변호사법에 명시된 변호사의 사명마저 저버리는 결과가 되어 버렸다. 유사한 다른 자격사의 업무 또한 마찬가지이다. 변호사 만능주의만을 유지하여 간다면, 다른 전문자격사제도를 존치할 이유가 없어 진다.이러한 자격사제도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게 되어 마침내 전문 자격사제도의 근간을 훼손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명백하게 된다, 이는 헌법제22조제2항에 명시된 “발명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는 헌법취지에도 위배된다.
변호사가 이 시대의 사회정의를 구현하면서 진정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사회지도자로 남으려면, 변호사 본연의 업무를 제외한 상기 자격사들의 업무는 전문자격사들에게 맡겨야 할 것이며, 특히 변호사 본인도 모르는 기술 분야의 특허출원 업무를 더 이상 수행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말로만 공정사회를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진실로 공정사회를 구현하려는 변호사들의 의지가 있는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